이 남자에게서 사랑을 받는다는 건 이런 것일까?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나른하고 충만한 기분이었다. 보글보글 맛있는 스튜가 끓어오르듯 고소한 기분이었다. 조금 더 이런 기분을 만끽한다고 누가 뭐라 하진 않을 것이다. 지호도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답답한 틀에 숨통 막혀하며 자연스레 물러날 것이다. 그 전까지다. 그 전까지 이 다정함을 마음껏 맛보아도 되지 않을까? 끝은 자명하지만 추억거리 하나쯤은 건질 수 있다. 자신한테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응. 그러자. 내가 너 눈물나도록 행복하게 해줄게.”
자기만 보면 머리가 아파서 피하는 선훈이었다. 자신이 선훈에게 오기까지 거의 십년과 맞먹는 시간이 흘렀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자신 스스로 이루어 내야 하는 목표도 있었고 선훈에 대한 감정을 확실히 깨닫는 시간도 필요했다. 게다가 어이없는 오해를 하며 보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연애를 하자고 말하는 선훈은 정작 사랑을 믿지 않는 게 분명했다. 사랑이란 건 아니, 한 사람을 가슴에 담는다는 거.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불시에 저도 모르게 이루어진다는 걸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저 여자를 눈물나도록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선훈이 행복하면 자신도 행복할 것이다. 그건 하늘에 반짝이는 별만큼이나 분명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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