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이다. 만약 내가 없다면 달아날 것이냐?」''그의 한숨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던 등줄기가 꿈틀 일어섰다. 엎드린 채로 목만 세워 뒤를 돌아보았다.''「어디 가셔요?」''그녀의 파란 눈동자 은색 알갱이를 가득 뿌려 놓은 듯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성을 비운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건가? ''「만에 하나라도 달아난다면, 내 장담하건데, 대륙 끝까지라도 뒤져서 널 기필코 찾아내고 말 것이다!」''으득, 이를 가는 다짐에 움찔한 아르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은 자하는 그녀의 이마에 코를 갖다 붙이고 으르렁거렸다.'그 맹세에 낯빛이 새파랗게 질린 아르가 눈을 질끈 감았다. 주체할 수 없이 떨어 대는 어깨의 진동이 맞닿아 있는 그의 가슴까지 전해져 왔다. ''「달아나지 않아요. 제가 바본 줄 아세요? 가만히 있으면 이제 곧 자유를 얻을 수 있는데, 미쳤다고 목숨 건 도박을 한단 말입니까!」''자하는 휘장처럼 드리워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한 움큼씩 집어 힘껏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래, 언젠가 내 아들을 낳고 자유를 얻으리라 너는 생각하겠지. 나는 너란 계집 때문에 이렇게 불안해 미칠 것만 같은데….’''▶목차'11. 출산(出産)'12. 별리를 수놓다'13. 파연(破緣)'14. 운명이 소용돌이치다'15. 비분(悲憤)'16. 청혼(請婚)'17. 인연을 껴안다'18. 내세지연(來世之緣)'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