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단정하게 맨 짙은 파랑의 실크 넥타이를 헐렁하게 풀어 헤치고 눈이 부시도록 하얀 와이셔츠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접어 올린 체 책상에 기대어 서류를 보면서 서 있었다. '씩씩대며 들어 선 현서가 곧장 진우 앞으로 걸어갔다. 서류를 들고 있는 서 있는 진우에게 다가서 그의 얼굴을 양 손으로 붙잡았다. 뒤꿈치를 들고 그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차갑고 다물어져 있는 그의 입술에 입술을 밀어 부딪혔다. 그의 아랫입술을 빨아 당기고 그의 입안으로 침입을 했다. 벌려 주는 그의 입술 안을 샅샅이 훑고 그의 혀에 자신의 작은 혀를 감고 빨아 당겼다. 깊은 키스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의 손에서 서류가 바닥으로 떨어져 나가고 그의 두 손이 현서의 등 뒤를 감싸안고 자신에게 바싹 당겨 안았다. 그의 한 손이 현서의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더욱 얼굴을 밀착시킬 때 그의 혀와 엉킨 혀를 현서는 풀고 입을 다물고 그의 가슴을 강하게 밀어버렸다. 그리곤 연달아 온 힘을 다해 진우의 왼쪽 뺨을 힘껏 쳤다. 여자의 손이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의 꽤 강한 충격이었던 듯 진우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얼굴을 돌려 피식 웃으며 현서를 쳐다보는 진우의 얼굴에 현서는 확 가슴에 불이 타오르는 것이 이런 것일까? 정말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손에 쥐고 온 그가 보낸 신용카드를 그의 가슴에 집어 던졌다. ''W 이런 것. 키스, 이런 것이 뭐길래? 당신이 원하는 이런 것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니야. 더 러운 것일 뿐이야. 이런 더러운 짓 때문에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당신이 뭔데? 왜 나한 테 이러는 건데. 이건 직장 내 성희롱이야. 당신 가만 안 둬. ''M 더러운 짓이란 말은 어폐가 있군, 남녀 사이의 달콤한 육체의 언어를 가지고 더럽다고 한다는 건 말이 아니지. 그리고 너에게 당연히 우리 사이의 키스가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은 거짓말인 것, 너도 나도 둘 다 알아. 그리고 말은 분명히 해야겠지? 아마도 내가 제의한 건 분명히 거래였지. 난 너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해 거래를 제의할 뿐이라고. ''그의 냉혹해 보이는 얼굴에 그녀를 놀리는 웃음이 떠올랐다. ''W 뭐? 당신은 이게 재밌니? 남의 어려움이 기쁨이니? 도대체 힘든 나한테 왜 돌 던지는 건 데? 그래 내가 이까짓 몸 주면 되는 거니? 이 미친…… ''M 과격한 말투도 너 답게 짜릿한데. 단조로운 내 일상에 재미를 던진 유현서. 너를 내 삶 에 장난감으로 끼워 놓으면 내가 숨 쉴 것 같다. ''‘사장의 냉기가 풀풀 나는 저 차가운 얼굴이 나를 원한다는 사람의 얼굴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게 정말 장난이 아니라면 나는 정말 이 남자에게 몸을 팔아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가?’ ''진우는 현서의 흥분이 가라앉고 생각에 잠겨드는 얼굴을 바라보며 은근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아마 이 여자 이 시점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나의 것이 되겠다고. ''‘나는 이 여자를 왜 이렇게까지 몰아 붙여 갖고 싶은 거지? 별다른 특별한 외모도 아닌데 그녀의 몸에 지금 연연해하는 꼴이 우습군. 그렇지만 이 여자 나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소유욕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장난감이다.’''M 원하는 조건을 말해봐.''현서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W 당신이 나를 돈의 구렁텅이에서 구해 주겠다니 고마움이 들어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 유감입니다. 당신이 불을 지르지 않았으면 온 동네에서 나에게 돈을 외치며 달려 들지 않았을 테니 이가 갈립니다. 돈 주고 사는 여자가 얼마나 당신한테 만족스러울까요? 그냥 날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결국엔 백기를 들겠지만 일단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도 타협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녀가 은근 존경스러워졌다. '‘이래서 악바리 정신으로 그렇게 공부를 할 수 있었나? 그녀의 언니도 동생 하난 자랑스러워하겠군.’ ''M 액수는 아무래도 좋아. 불러봐. 'W 그만 집어치우라 구요. ''M 유현서. 이래선 문제가 끝나지 않을걸. 병원에서 쫓겨난 후엔 이미 늦어. 네 언니 어떻게 할거지? 네가 회사에서도 못 버티게 내가 만든다면? 냉정해져봐. ''W 뭐라구요? 이 나쁜 남자.''M 꽤 말이 거친 여자군. 어쨌든 정중함을 위장한 것 보단 앙탈거리는 모습이 더 귀엽고 섹시하군. 지금 결정해. 아니면 전화 한 통화에 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테니.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이 포인트에서 거절한다면 그 다음은 나도 책임 못 지겠군. ''전혀 욕망이 깃든 것처럼 보이지 않는 단정하고 낮은 허스키한 목소리. 물론 그의 몸 안은 그녀가 사장실로 쳐들어왔을 때부터 욕망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지만 그의 겉모습은 차갑고 냉정하기 이를 데 없었다.'''W 협박 대단하시군요. 그토록 내 몸을 원한다면 기꺼이 내 드리죠. 좋아요. 언니를 죽게 내버려둘 순 없으니. '거절을 한다면 그 다음은 책임 못 지겠다는 그의 말이 결국 그녀에게 모욕적인 선택을 하도록 했다. 언니가 병원에서 내쫓기는 최악을 연출할 수는 없었다. ''M 당연한 선택이야. 지금 나온 문제들을 해결하는 걸로 오케이?''W 웃기는군요. 그렇게는 안 됩니다. ''M 좋아. 협상에 천재인 유현서. 그럼 뭘 원하나? ''W 즉시 모든 채무 해결. ''M 또?''W 당신이 몇 번을 나를 원할까요? 1번 2번. 아님……''M 1번에 싫증날 수도 있지. ''W 내가 자존심 상해해야 하는 걸까요? 1번에 끝난다면 기쁘겠어요. 채무해결은 계약금. 그 다음은 사장님이 만족한 만큼 횟수대로 줄 것. ''M 유현서. 대단해. 계약금이 거의 억. 그리고선 만족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라? 확실 하게 거래를 할 줄 아는군. 유효기간 1달이라? ……어쨌든 대단한 자신감은 높이 살 만한데 일단은 6개월로 하지. ''W 나도 이판사판이에요. 그 이하로는 안 합니다. 이렇게 된 바 당신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면 이왕 마음먹은 것. 몸을 무기로 프리랜서라도 나서보죠. 사장님이 이렇게 목매는데 나한테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목매는 내 취향에 맞는 돈 많은 남자가 또 있을지 알아요?''M 유현서. 그런 말로 나를 도발하는 건 안돼. 나로 하여금 화가 나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게 몰아대고 싶지 않다면 딴 놈 근처에도 가지 말라구. 어떤 놈에게도 웃어 주지 마. 어쨌든 협상 성공이야. 네가 원하는 대로 즉시 채무상환. 그리고 널 안을 때마다 수표를 집어주지. 그럼 된 건가? ''W 그리고 우리 관계에 최대한의 유효기간을 두도록 해요. 1달?'M 유효기간 1달이라? ……1달 안에는 내가 싫증이 나지 않도록 할 자신이 있다는 건가? 어쨌든 대단한 자신감은 높이 살 만한데 일단은 6개월로 하지. ''스물여덟 동안의 악착같이 바르게 살아보겠다는 몸부림이 모두 허무하게 끝나는 마당이었다. 1억과 약속되는 얼마간의 돈, 언니 병원비로 자신의 6개월이 묶여버렸다. 참 이제껏 이 악물고 노력한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이 허무했다.'‘돈 얼마에 나를 팔다니. 정말 대단한 돈이다. 그리고 당신 대단히 나쁜 남자다.’ '현서의 표정이 지워지는 어두운 얼굴을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이 날카롭게 빛났다. ''M 아, 참, 유현서. 이 카드는 들고 가는 게 어때? 오늘 이 사무실에 찾아와서 키스를 해 준 답례라고 해둘까? 꽤 짜릿했으니까. 보너스를 미리 받는 걸로 생각하지.''비꼬임이 가득 든 그의 말. '그의 발 아래 던져져 있는 신용 카드. '현서에게 아찔하고 상당한 망설임이 스쳤다. 그의 발 아래 비참하게 쪼그리고 앉아 카드를 주워 드는 마음이 떨렸지만 일어서는 얼굴엔 표정이 지워지고 도도함만 풍기며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문을 나서는 현서의 얼굴에서 얼핏 눈물을 본 것 같았다. 그녀의 뒷모습에 진우도 마음이 꽤 불편해졌지만 그녀를 6개월 동안 자신의 소유로 하게 된 것이 그를 흡족하게 했다. '6개월이라…… '시간이 지난다면 그녀에게 생기는 이유 없는 갈증과 소유욕 따위는 다 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