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브라이튼 백작을 오빠라고 생각한다면 단장님은 왜 윈체스터 성을 쓰지 않는 건가요?”'“절 낳아주신 부모님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현재 쓰고 있는 영어 이름 ‘에이프릴 리’는 제 한국 이름 ‘이사월’과 같지요. 윈체스터라는 성도 소중하지만, 저는 제 부모님의 나라의 성을 그대로 고수하고 싶습니다. 보도 자료에 나와 있듯이 제 친 부모님은 비극적인 일로 돌아가셨지요. 그분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도 제 이름은 ‘이사월’일 것입니다.”'에이프릴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장중하게 답했다. 그녀의 연기 아닌 연기에 떠들썩한 회견실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숙연해졌다. ‘입양 남매의 사랑’에 대해 파헤치기 위해 몰려온 스캔들 관련 기자들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당황했다. 그들은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에 쌍심지를 켰지만 모두가 에이프릴이 이끌고 가는 방향에 부정적인 건 아니었다. '잔잔한 오프 시즌에 폭탄처럼 터진 이 스캔들의 물결에 뉴욕의 스캔들 관련 계열과 에드워드에게 관심이 많은 엄청난 숫자의 여성지 기자들과 스포츠 관련 미디어 기자들이 모두 몰려와 있었다. 그들 가운데 능력이 있는 여성을 아주 높게 평가하는 어느 여성지의 기자는 에이프릴의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기에 남매 관계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는 말과 성을 바꾸지 않겠다는 말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기자가 손을 번쩍 들어 발언권을 청하자 기자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에이프릴은 망설이지 않고 질문을 받았다.'“미즈 리. 그럼 결혼한 뒤에도 ‘리’ 성을 계속 쓸 건가요?”'“물론입니다. 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에이프릴은 결혼 뒤 남편의 성을 따라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막기 위해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도 전통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하는 선택이라고 부드럽게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미스 윈체스터…… 아니 미즈 리는 브라이튼 백작님과 남매라고만 대답하는데, 브라이튼 백작은 이제까지 미즈 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확실하게 아니라고 답하는 대신 노코멘트라는 말만 반복했었습니다.”'그 다음으로 질문을 한 건 지저분한 스캔들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어느 스캔들 잡지 기자였다.'“그렇게 한 건 뭔가가…… 있기 때문 아닙니까? 상식적으로 남매인데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하지 않나요?”'에이프릴은 기자회견이 시작된 이래 계속 해왔던 대로 계산된 몸짓을 시작했다. 즉,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한숨과 함께 말했다.'“아, 정말. 오빠란 사람들이 다 그렇죠. 오빠가 있는 분들은 아시죠? 다 자라난 여동생을 다섯 살짜리 꼬마로 생각하잖아요. 에드 오빠도 그렇답니다. 그런 식으로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남자들이 제게 데이트를 신청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