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에서 돌아와 자신의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온 가희는 무심결에 쳐다본 창 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처음 민형의 손에 이끌려 이 집에 들어왔던 날,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두 사람이 시장에서 사다가 심어놓은 자두나무가 가희의 시선을 잡고 놓지 않았다.'어느새 키가 담장 높이만큼 자라 많은 가지를 늘리고 열매도 맺고 있었다. 저렇게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는 게 자연의 이치가 분명한데…….'“하아!”'긴 한숨과 더불어 머릿속을 점령하기 시작하는 나쁜 생각들을 털어내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은 가희는 자두나무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방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문손잡이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서던 가희는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남자의 뒷모습에 눈이 커다래졌다.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는 보름의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갔던 자신의 남편이었다.'“민형 씨!”'내내 그늘이 가득했던 가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가희는 한걸음에 남편에게로 다가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언제 왔어요? 내일 온다고 했잖아.”'이틀 후에나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남편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자 기쁨은 배가 되었다.'“나 보고 싶어서 일찍 왔구나. 그렇죠? 전화하지 그랬어요. 그럼 공항에 마중 나갔을 텐데.”'쉴 새 없이 종알거리는 아내를 마주 안기 위해 자연스레 손을 들어 올리던 민형의 두 손이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힘을 잃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가희는 그런 남편의 손짓도, 어두운 얼굴 표정도 알아채지 못한 채 가슴에 얼굴을 묻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미소 짓고 있었다.'“좋다, 우리 남편 냄새!”'두 팔로 남편의 허리를 감싸 안은 가희는 연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음~ 이제야 좀 살 것 같네.”'살 것 같다는 가희의 한 마디에 민형은 쓰게 웃었다.'“가평 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길이니?”'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