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름다운 당신을 위해 제가 준비한 화이트 세럼, 이것은 당신의 숨결.”'두리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말은 그녀의 촉촉한 입술에서 음악처럼 흘러 나와 그녀의 주위를 둘러싼 자욱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로운 풀 향기, 그리고 귓가에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소리, 두리는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리는 하얀 안개 속으로 손을 뻗어 보았다. 그저 조금 서늘할 뿐, 그것은 지금 이 시간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듯이 그것은 형체도 잡히지 않고 스르르 빠져 나가 버렸다. 두리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은 자신의 빈손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마음이 비어버린 듯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것이 모두 이런 것일까?’ '인생이란 일장춘몽과 같은 것, 부귀영화도 없고 욕심도 이상도 없는 그저 바람처럼 살다 바람처럼 가는 것, 두리는 그녀의 나이 겨우 스물에, 인생이란 것이 달지도 쓰지도 않은 그저 무미건조한 과정이라는 진리를 깨달아 버렸다. '‘물론 내 경우에는 쓴 맛이 더 강한 편이지만.’'두리는 짧다면 아직 짧은 자신의 인생에 그런 평가를 내렸다. '“좋아요. 오케이! 이걸로 촬영을 마칩시다!”'커다란 카메라를 잡고 있던 촬영감독이 시원하게 내지르며 한 손을 동글게 말아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잘 했어요!”'“멋졌어요!”'자신을 둘러싼 스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리자 두리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스 여신처럼 한쪽 어깨가 훤히 드러나게 하얀 드레스를 차려 입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자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는 귀 있는 쪽에서 땋아 왕관처럼 뒤로 돌려 올리고 여신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나는 은빛 메이크업, 그리고 은은한 향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