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아니 이 여자는 누구야? 어쩜!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내일모레면 태어날 우리 아기도 있는데 당신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흐흑…….”'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여자를 보며 승호는 처음엔 누군가 싶어 당황하는 거 같다가 이내 그녀가 누군지 알자 삐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승호 앞에 앉아있던 맞선녀는 기가 막힌 건지 아니면 얼이 빠진 건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만삭의 몸으로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여자를 보고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 남자들을 믿으면 안 된다니까. 이런 날 두고 선을 볼 수 있냔 말이야. 아이고.”'맞선녀는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쏟아지자 그 눈길들을 감당할 수 없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가기 전에 승호를 죽일 듯이 쳐다본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강수진, 이제 그만하지.”'맞선녀가 가버리고 나자 승호가 울고 있는 여자를 쳐다봤다. 수진이 두 손에서 얼굴을 빠끔히 들더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갔어요? 나 어땠어요. 제법 임산부 티가 나나.”'수진이 언제 그랬나 싶게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엉덩이를 탁탁 털기 시작했다. 그런 수진이 어이가 없는지 승호는 그녀의 팔을 잡고 호텔을 빠져나가려고 했다.'“잠깐만 오빠.”'수진이 승호의 손을 떼어내고는 화장실로 사라졌다. 잠시 후 수진의 불룩하던 배는 홀쭉해져서 나왔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왜요. 오빠도 지루해 하는 것 같던데.”'“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 그리고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그야 다 아는 수가 있지요. 제가 정보통이 있거든요.”'“허!”'수진의 말에 기가 막힌 지 어이가 없을 뿐이다.'“그건 그렇고, 그 모습은 또 뭐냐?”'“아 이거요?”'수진이 들고 있던 불룩한 가방을 흔들어 보인다.'“패든데 방송용으로 나온 거라 그런지 제법 그럴싸하지 않아요? 아무튼 모두 속아 넘어간 거 같죠?”'“인마, 어린애가 임산부 흉내나 내고……네 덕분에 난 아주 파렴치한 놈이 되어버렸는데 이제 어쩔 거냐?”'“어쩌긴 뭐가 어째요. 제가 책임지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