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7권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7권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7
차우렌즈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7권
차례
Chapter 01. 기울어지는 배
Chapter 02. 병술사변
Chapter 03. 반역자 민지훈
Chapter 04. 민지훈의 난
Chapter 05. 병술왜란 - 1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7권
Chapter 01. 기울어지는 배
늦은 밤.
나와 신황, 대판, 해주, 철봉, 그리고 홍동명까지.
모두 편안한 밤을 보내다 부랴부랴 급히 모여야 했다.
곽철의 체포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과기부장대신이 왜 체포당한 겁니까?”
해주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신황은 마른세수를 하며 대답했다.
“나도 방금 소식을 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기 도련님께 치장 물자를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된 듯하다.”
맞아. 바로 그거였다.
나는 한양에서 나오며, 곽철에게 창고에 있는 재고 물자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나에게 반역 혐의가 씌워져 날 체포하기 위한 관군부대가 꾸려졌을 때, 이들에게 공급될 군수물자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게 되레 곽철의 발목을 낚아챈 것이었다.
“여기, 도련님의 반역 행위가 의심되는 가운데 군수물자를 필요 이상으로 보급해준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늦은 오후, 덕률풍으로 정보부장대신께 들은 소식입니다.”
철봉이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뭐야. 그러면 지금 도련님을 반역자로 몰겠다는 거야?”
해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버럭 소리쳤다.
안 좋은 예감은 왜 늘 적중할까.
한숨이 살짝 나온다.
“후우. 다른 소식은 없습니까. 시종관과 관련된 것은 있나요?”
“네. 정보부장대신께서 소식을 전해주셨는데, 어제 폐하께서 제국 내 치안을 담당할 경무대신직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시종관 이완용을 앉혔다고 합니다.”
“이완용을 경무대신으로?”
한 마디로 현대로 치면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경찰청장으로 임명했다는 의미다.
“네. 그리고 경무대신 이완용은 자리에 앉자마자 즉시 추국청을 설치, 총리대신님의 반역 행위를 첫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턱을 치켜들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광무제가 이완용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내가 반역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상황을 인지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관직까지 만들었다는 말이다.
“근데 추국청이 뭡니까?”
해주가 신황을 보며 물었다.
“중죄인을 추국하기 위해서 임시적으로 만든 기관이다. 시종관 이완용을 치안 담당인 경무대신으로 앉히고 추국청을 설치한 다음, 최곽철 과기부장대신을 체포했다면 이는 명백히 도련님을 노린 것이다.”
동의하는 바이다.
철봉은 말을 이었다.
“추가적으로 폐하께서 간도 지역 정벌을 성공한 것에 대한 공을 치하하고자 하시니 도련님과 예하 장수들은 한양으로 복귀하라 명하셨습니다.”
함정이네.
돌아가자마자 바로 포박하고 감옥에 처넣을 게 뻔하다.
“허튼소리! 우리를 잡으려는 함정이 분명합니다.”
해주가 테이블을 쾅 치며 말했다.
그러자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던 대판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함정이 분명하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마냥 명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경무대신직을 신설하고 시종관을 앉힌 것은, 그저 치안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고 능력이 있는 자를 등용한 것이라 한다면 두말할 것이 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뿐만 아니라 과기부장대신을 체포한 것 역시 문제를 일으켜 처벌 차원에서 감금한 것이라면, 그것 또한 궁내부 쪽 명분은 확실합니다. 되레 이런 상황에서 궁내부의 명을 어겼다가는 정말 항명, 반역의 죄를 뒤집어쓸 수도 있습니다.”
대판의 말에 신황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판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함정일 가능성이 높지만 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완벽한 반역 행위로 낙인이 찍힐 수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거네.
아니지.
이거든, 저거든, 무조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 건데.
“일본 쪽에 대한 이야기는 있습니까?”
만약 이완용의 작전이 성공한다면, 일본군을 들이려 할 텐데 말이야.
“그 사항은 들은 바 없습니다.”
철봉이 대답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신황이 날 보며 물었다.
이대로 복귀하면 목이 달아날 거고.
복귀를 안 하면 반란군이 되는 거고.
와― 이거 골 때리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자.
첫 번째 시나리오.
내가 복귀를 하면 목이 달아나겠지.
이 상황에서 내가 죽고 나면 여기저기서 농민 봉기가 일어날 건 자명한 일이고.
이완용네 노비들도 내가 왕이 되면 좋겠다고 숙덕거릴 정도라면 여론 형성이 꽤 두텁게 되어 있다는 뜻이니까.
그러면 이걸 진압할 명분으로 일본군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군대도 날 따르는 자들이 많을 테니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있거든.
그러면 결국 옛날처럼 외국 군대에게 손을 벌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
복귀를 하지 않으면― 위에서 말했듯 반란군이 될 거란 말이야?
그러면 관군들이 우리를 잡으러 몰려올 거고, 우리랑 전투를 벌이게 될 거야.
하지만― 숱한 실전 경험에 신무기로 무장한 우리를 관군들이 막을 수 있을 턱이 없지.
그대로 우리가 내려가게 되면 도성은 순식간에 함락시킬 수 있을 거야.
그걸 막기 위해서는 조정에서 일본군을 대규모로 들일 수밖에 없어.
관군만으로는 역부족일 테니.
시발.
뭐가 됐든 일본군이 들어올 거란 소리잖아.
“아예 우리가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니면 한양으로 복귀하는 척― 하다가 확! 도성을 점거해 버리는 거죠!”
해주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그러자 신황이 혼자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 채 답했다.
“우리가 회군하고 돌아가는 길에 언제, 어디서 칠지는 모른다. 복귀하는 척하다가 도성을 공격하는 건 위험 수가 있어. 하지만―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는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다고.
그리고 별기군에 동학 출신인 김신황, 당신이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해서 광무제에게 반기를 들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알겠어.
그런데 나는 지금 뭔가 결정을 내리기가 부담된다고.
이게 정말― 이런 표현 뭐하지만 내가 ‘반란군 수괴’가 되는 거잖아.
이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심지어 다른 선택지도 없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뿐만 아니라 날 따르는 모두가 죽어.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대판이 의견을 개진했다.
“추국청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우리를 잡기 위한 관군이 구성되기 전에 빠르게 치고 들어가 도성을 접수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민지훈 총리대신님의 반역 행위가 발표된 것은 아닙니다.”
아, 맞지.
아직 내가 반역자라고 확실하게 ‘공표’가 된 건 아니지.
“아직 세간에 반역자로 공표되지도 않은 총리대신이 군사를 이끌고 도성을 점거했다가는 백성들의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비록 도련님께서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하나 이런 과오를 범하게 되면 심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사옵니다.”
이 부분도 맞는 말이다.
대판은 확실히 신황보다는 정치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것 같다.
“그럼 어찌하는 것이 좋겠는가.”
신황이 대판을 보며 물었다.
대판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어차피 이곳, 연변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요새와 같은 곳입니다. 관군이 이곳으로 온다 해도 쉬이 점령하지는 못할 터. 이곳에 청국의 패잔병들과 도적들이 많아 치안 유지를 위해 이곳에 조금 더 머물러야 한다, 한양에 소식을 전하십시오.”
한 마디로 시간을 끌라는 이야기이다.
“저희가 확실한 명분을 가지고 시간을 끄는 동안, 저들이 우리더러 항명의 죄를 물어 반역이라 할 때 그때 도성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입니다.”
“그 사이에 관군을 규합하고 일본군과 연합을 하면 어찌하려고.”
신황이 걱정스럽게 대판을 보았다.
“설사 그러하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명분일 것이옵니다. 명분을 세우지 않고 전투를 벌였다가는 저희가 백성들의 뭇매를 맞을 수 있습니다.”
대판이 대답했다.
신황은 나더러 결정하라는 듯,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해주와 대판 역시도 날 보았다.
이런 와중에 홍동명은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사실 여기서 제일 난처한 사람은 홍동명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야 내가 대원군과 함께 할 때부터 관군, 청나라 군사들과 싸웠던 사람들이니 그렇다 치지만 홍동명 같은 경우에는 평범한 일개 장군으로 전쟁에 참여했다가 단둥 방어전에서부터 내 옆에 있는 거잖아.
나랑 신황, 대판, 해주 정도의 의가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는 거지.
그런 그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이 무척 난감할 수밖에.
졸지에 반란군이 되어버릴 판국이니.
“홍 장군께서는 예하 부대원과 함께 한양으로 복귀하고 싶으시면 복귀하셔도 좋습니다.”
떠날 테면 떠나라는 의미였다.
내가 무슨 선택을 하든 여기 있으면 반란으로 엮이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저라고 한양에 가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습니까.”
홍동명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긴 하겠다.
이 시대 수사기관 스타일로 봤을 땐 나랑 같이 간도 정벌에 나섰던 장군들, 병사들 모두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저는 군인으로서, 부하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현장에서 전투를 벌이신 총리대신님의 굳건한 심성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를 모르지만, 군인으로서의 충의는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이곳에 있는 병사들 중, 총리대신님과 함께 전장을 누빈 이들이라면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옵니다.”
홍동명이 비장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단둥 방어전 때의 내 모습이 꽤나 감명 깊었던 모양이다.
“예진 아씨는 큰 문제 없으시다는 겁니까. 과기부장대신이 체포됐다면 정보부장도 성치 않을 수도 있는데. 우리와 같이 움직였던 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