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8권
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8권
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8
별거느릴
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8권
차례
Chapter 01. 공허의 물결
Chapter 02. 이한성의 안배
Chapter 03. 허신
Chapter 04. 집결
Chapter 05. 외신의 사도
Chapter 06. 역사 고정
Chapter 07. 고대의 역사
Chapter 08. 안배
Chapter 09. 아르펠기아의 악몽들
Chapter 10. 공허의 씨앗
Chapter 11. 아르펠기아 최후의 인간이 사라진 순간
Chapter 12. 예토의 환생자
Chapter 13. 아르카디아 천상계
Chapter 14. 천상 전쟁
Chapter 15. 새로운 천상의 주인
Chapter 16. 아르탈리아로
Chapter 17. 아르탈리아의 전대 사도들
Chapter 18. 천악(天惡)
Chapter 19. 악의 씨앗
Chapter 20. 이름 없는 자들
Chapter 21. 아르데니아의 핵
Chapter 22. 승천
Chapter 23. 창세의 완결
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8권
Chapter 01. 공허의 물결
사도가 사라진 지구.
지구의 각성자들은 사도가 사라진 것은 몰라도 성좌와의 거리가 멀어진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성좌와의 차원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영령과의 연결이 끊어진 탓이었다.
“어째서 영령의 힘을 끌어올 수 없는 거냐!?”
“대체 이건……?”
마치 티아마트가 런던에 펼쳤던 법칙 개변처럼 영령 소환은 물론 영령의 힘을 끌어오는 일 자체가 막힌 상황이었다.
게다가 성좌의 축복조차 끊어진 덕분인지 스스로 얻은 각성기조차 한 번 펼치고 나면 다시 쓰기 위한 별빛을 충전할 수 없는 일회성으로 변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구의 각성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또 티아마트가 바꾼 법칙과 비슷한 상황이 된 모양인데, 우리는 왜 멀쩡한 거지?”
“우리만 예외라는 건 뭔가 우리가 공유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건데….”
런던에서 박진철과 함께 티아마트의 11마수를 처치했던 십대 길드장의 경우.
영령의 능력을 전부 끌어다 쓸 수 있었다.
미리내의 혼원에 속하게 된 덕분에 지구에 유일하게 남은 혼돈성좌의 무한성을 통해 멀어진 성좌와의 연결을 유지한 것이다.
“잠깐, 우리가 모시는 성좌가 달라졌잖아!”
폴라리스 길드장이 가장 먼저 자신의 성좌가 달라진 것을 깨닫고 외쳤다.
기존에 모시던 북극성좌와의 연결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연결은 그대로 둔 채, 상위의 연결이 생긴 것에 가까웠지.
“박진철. 당신이 원인인가?”
정보계 능력으로 인과를 역으로 더듬은 폴라리스 길드장의 시선이 박진철을 향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런 모양이군.”
“당신이 의도한 일은 아니란 건가?”
박진철도 상대의 말에 그제야 그들만 멀쩡한 원인이 그가 새로 모시게 된 성좌와 관련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폴라리스 길드장을 비롯한 십대 길드장은 미리내에 관해 뭔가 더 추궁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곧바로 이어진 상황 탓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쩌저저저적!
티아마트와 그녀의 마수들이 튀어나왔던 대균열.
검은 균열의 안쪽에 겹치듯 더욱 짙은 검은색의 균열이 펼쳐지더니.
콰콰콰콰콰콰콰콰!!
그곳을 통해 부정형의 찰흙 같은 허괴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으니까.
이계와 지구의 경계가 맞닿은 곳이기에 외부를 막는 차원 장벽이 가장 약해진 부분을 외신이 노린 것이다.
“저건… 허괴!”
“닿지 마라! 별빛 흡수 능력이 없는 자는 거리를 벌려라!”
이전에 천궁제전 한국 예선에서 나타난 허주 덕분에 허괴의 특성은 지구의 각성자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언정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허괴의 별빛 흡수 능력을 상쇄하거나 역으로 잡아먹을 수준의 흡수 능력을 가진 각성자는 그리 많지 않았던 데다가.
미리내의 혼원에 속하지 않은 각성자는 영령의 힘을 쓰지 못해 더욱 약해진 상황이었으니까.
다행인 건 미리내의 혼원에 연결된 각성자가 박진철과 십대 길드장만이 아니란 거였다.
당연히 제주도 한라산의 백록담에 남은 은하 길드원들 역시 미리내를 모시니 마찬가지로 영령의 능력을 멀쩡히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이계 사도의 침공으로 죽을 운명이었으나, 미리내를 모시는 이한성과 그 동료들 개입으로 목숨을 구한 로스앤젤레스와 상파울루의 각성자들 또한 영령의 능력을 유지했다.
다만 상하이의 경우에는 본래라면 천살마군이 시바를 이길 운명이었고.
런던의 경우 박진철이 오지 않았더라도, 십대 길드장만 죽었을 뿐 피해가 커지기 전에 시바를 물리친 천살마군이 지원하러 올 예정이었기에 다른 이들 중에 영령의 능력을 유지한 이들은 없었다.
뉴욕이나 시드니의 경우에도 죽는 게 아니라 슈드뮤엘에게 정신을 지배당하거나 아담 카드몬에게 업을 빼앗기는 수준의 운명만 바꾸었기에 미리내의 혼원으로 충분히 오염시킬 수 없던 건 마찬가지였다.
“지구에서 영령을 여전히 쓸 수 있는 건 여기 있는 우리와 은하 길드, 그리고 LA와 상파울루의 각성자 정도인 모양이군.”
태양풍으로 지구 전체를 살펴 그런 상황을 파악한 박진철이 중얼거렸다.
“사도도 영령을 쓸 수 없게 됐다는 건가?”
“아니, 지금 지구에는 사도가 하나도 없다. 아마 각성자 대부분이 영령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이 그들의 실종과 연관되어 있지 않나 싶군.”
“현재로서는 그럴 확률이 높아 보이는군.”
그때, 십대 길드장 중 하나가 물었다.
“잠깐, 지금 설마 지구 전체를 확인한 건가?”
“그렇다만.”
“그럼 혹시 이곳 말고 허괴가 나타난 곳이 있나?”
“허괴가 지금 여기에 쏟아지는 저걸 말하는 거라면 있군. 이곳을 포함해서 총 여섯 군데다.”
그들의 예상대로 허괴가 나타난 곳은 런던만이 아니었다.
사도가 나타났던 모든 대균열에서 런던의 대균열과 마찬가지로 허괴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사실 시드니에 나타났던 아담 카드몬은 대균열 없이 넘어왔으니 대균열이 열린 대도시는 다섯이었다.
하면 마지막 여섯 번째는 어디냐?
은하 길드원들이 있는 제주도의 백록담이었다.
이한성 일행이 이계에서 복귀한 백록담은 일본 열도에 펼쳐졌던 차원 침식의 핵이 되었던 홍예가 자리한 수라삼천관과 대응하는 장소였으니.
사도가 넘어온 대균열 주변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차원 장벽이 약해진 상태라 그곳에서도 허괴가 나타난 것이다.
“다만, 그중 셋은 딱히 지원이 필요 없을 것 같군.”
박진철은 자신의 태양풍으로 런던의 대균열에서 쏟아지는 허괴를 모조리 태워버리며 말했다.
“……!”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지?”
본래라면 별빛을 흡수했을 허괴가 태양풍에 담긴 별빛을 흡수하지 못하는 모습에 십대 길드장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지구에 처음 허괴가 나타났을 때 이계에 있던 터라 허괴에 관해 잘 모르는 박진철은 그들이 왜 놀란 건지 몰랐다.
“뭐가 말이지?”
“별빛 흡수 말이다. 어떻게 허괴에 별빛을 흡수당하지 않은 거지?”
“아아, 원래 저놈들에게 별빛을 흡수하는 능력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내가 감지를 위해 태양풍을 넓게 펼쳤을 때, 딱히 별빛이 흡수되지 않길래 처리했다만. 그게 이상한가?”
별빛 흡수 같은 능력은 상대와의 격차가 커지면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박진철은 허괴도 그런 것이라 이해했지만 그건 사실 그의 오해였다.
“이상하지. 성좌의 계시에 따르면 허괴의 격이 떨어져도 방금처럼 흡수가 아예 안 통할 수는 없다고 했다.”
“확실히, 별빛이 흡수당하는 감각은 없었는데.”
“음. 혹시 성좌의 계시가 틀렸던 건가?”
이전에 성좌에게 전파받은 내용에 의심이 생긴 십대 길드장은 새롭게 쏟아진 허괴를 향해 각자의 권능을 펼쳐 보았다.
그 결과, 그들의 권능도 허괴의 별빛 흡수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 우리의 권능도 흡수를 무시하는군.”
“이러면 허괴 처치가 편해지겠어.”
다른 길드장들이 예상외의 결과에 안도하는 가운데.
허괴를 상대로 몇 가지를 더 시험해 본 폴라리스 길드장이 그들이 허괴의 별빛 흡수를 무시할 수 있던 원인을 밝혀냈다.
“그런가, 우리의 새로운 성좌가 허괴의 허무와 상극이었군.”
“그게 무슨 뜻이오?”
“허괴의 별빛 흡수는 기본적으로 흡수하려는 별빛의 근원을 파고드는 성질이 있더군.”
그렇기에 허괴는 그저 계약자에 의해 투영된 영령의 분체를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성좌에 기록된 본체의 기록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성좌가 허괴들과 상극이라는 건?”
“즉, 허괴가 우리의 별빛을 흡수하려 할 때, 그 흡인력은 우리의 새로운 성좌를 향하는데 거기서 흡수가 막힌 거였어.”
혼돈성좌의 별빛을 허괴가 흡수하면 혼돈과 허무가 상쇄되어 자멸하기에 허괴는 본능적으로 그들의 별빛을 흡수하지 않은 거였다.
“어떤 성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지구에서 아직 영령을 쓸 수 있는 자들은 모두 이 성좌의 영향력 아래 속한 모양이니. 이들을 중심으로 허괴에 대응하면 될 것 같군.”
“그럼, 일단 위급한 곳으로 내가 보내주지.”
대충 상황을 파악한 십대 길드장이 전력을 나눴다.
로스앤젤레스와 상파울루의 각성자들은 미리내의 혼돈성좌에 속하게 되면서 허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백록담의 은하 길드 또한 허괴에 당할 수준은 아니었기에 당장 지원이 급한 곳은 상하이와 뉴욕이었다.
“우리는 상하이로 가겠소.”
“이하동문이오.”
천살 길드와 밀접한 관계인 암흑성좌와 월영성좌를 모시던 심연 길드장과 월음 길드장이 상하이로 가길 자처하자.
“나도 함께하지.”
폴라리스 길드장도 그들과 합류를 요청했다.
혼돈성좌를 살피며 북극성좌가 천살, 암흑, 월영과 함께 혼연신역에 속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과 함께하며 혼연을 규명하려는 속셈이었다.
“그럼, 상하이는 당신들에게 맡기겠다.”
휘이이이잉!
상하이로 갈 셋이 정해지자, 박진철의 태양풍이 그들을 상하이로 날려 보냈다.
“뉴욕은 누가 갈 거요? 참고로 뉴욕에는 바람성좌의 사도를 따라온 요정의 초월종 몇몇이 허괴에 먹혀 허주로 거듭난 상태라 위험할 텐데.”
“바람이 상대라면 전륜이 나서야겠지.”
“바람에는 같은 바람이 어울리겠죠.”
“뉴욕이라면 우리의 구역이니 나도 가겠다.”
뉴욕에 갈 이들로는 전륜의 삼사라 길드장과 바람의 템페스트 길드장, 황금의 아우룸 길드장이 먼저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