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사귈 거면 왼 쪽에 뽀뽀하고, 사귀기 싫으면 오른 쪽에 뽀뽀해줘. '미팅자리에서 만나 세 번째 만나던 날 신호는 내게 말했다. 신호는 오른 쪽 뺨에는 뽀뽀할 수 없게 자신의 손으로 감싸 쥔 채 왼쪽 뺨을 내밀고 있었다. 그 귀여운 행동에 왼쪽 뺨에 뽀뽀를 했고, 대학교 2학년 중반부터 150일에 가까운 시간을 연애했다. '나는 첫 연애였다.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활화산처럼 열띠게 좋아했다. 세상에 쏟아지는 빛들이 나를 위한 조명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었고, 아침잠 많은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할 신호를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기도 했다. 내게 일어날 수 없는 거짓말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생각만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급박하게 올라갔던 기분은 신호가 연락 받지 않는 순간이면 급하게 다운되기도 했다. 신호 때문에 울었고, 신호 때문에 웃었다. 모든 감정의 주도권은 신호가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난 연애가 처음이라 모든 게 설렜다. 그리고 또 그만큼 서툴기도 했다. 처음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처럼,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처럼 참 많이 어설펐다. '그게 이유라면 이유였을까. '“헤어지자.” '그 아이에게서 벼락같은 말을 들었다. 일주일 전부터 연락이 뜸해지고, 내 연락을 피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난 단순한 권태기라고 생각했을 뿐, 이별이라는 건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무슨 일 있어? 신호야?” '대학교 2학년이 되는 남자를 애인으로 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이별의 이유인 군대도 고민해봤다. 하지만 신호는 무릎 십자 인대 파열로 군대 면제를 받은 아이였다. 우리에겐 이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불안함이 엄습해와 신호의 옷자락을 잡았다. 이렇게 잡지 않으면 신호가 연기처럼 흩어져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아무 일 없어.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헤어져? 헤어지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150일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호의 표정을 보며, 내 앞에 다른 사람이 서있는 기분이었다. 눈 감고도 그리라면 그릴 수 있는 얼굴이 어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까. 너무 놀라 울음도 나오지 않는 먹먹한 상태로 보고 있는데, 신호는 냉정하게 내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 미안.” '전혀 미안함이 담기지 않은 말투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돌아서는 신호를 맥없이 보내주었다. 일주일 만에 신호의 전화를 받고 뛰어나온 집 앞에서 이런 말을 들어야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아 내 방 어딘가에 시선을 던져둔 채 눈만 깜빡였다. 머릿속에 안개가 들어찬 것처럼 멍했다. 천천히 휴대폰을 들었다. 이쯤이면 내가 집에 잘 들어갔는지 신호의 확인전화가 와야 하는데, 휴대폰은 묵묵부답이었다. 배터리를 빼냈다 넣어보고, 전화가 잘 터지는 지 집에 전화도 걸어봤다. 휴대폰은 멀쩡했다. '고장 난 건 휴대폰이 아니라 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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