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탕! 고막을 찢을 듯한 거대한 총성이 카프리의 천지를 울리고 대지를 울렸다. 인혜는 그 순간 뭔가 알 수 없는 커다란 아찔함과 거센 충격이 자신의 머리를 강타하고 눈앞이 새하얗게 번져 옴을 느끼고 있었다. 막 한발을 내딛으려는 인혜는 거대한 소음과 함께 찢어질 듯한 총성이 자신의 귀를 똑똑히 관통하자 그녀의 걸음이 자리에서 정지된 듯 멈춰졌다. 몰아치는 바람결에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방으로 흩날리는 그녀의 검은 머릿결뿐이었다. 카프리 섬을 울린 단말마의 총소리를 똑똑히 들은 라이언과 스티븐의 얼굴이 인혜와 같이 불길하게 굳어갔다. 인혜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하얗게 질린 라이언의 눈동자와 마주했다.'설마……! 그럴 리가 없어……!'숨을 몰아 쉴 틈도 없이 인혜는 그길로 무작정 해안가로 달렸다. 빠르게 달리는 와중에도 인혜는 자신의 다리가 천근만근 이었다. 가슴 한쪽이 불규칙하게 뛰어대며 숨도 못 쉴 만큼 아파오기 시작했다. 인혜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아닐 거라 믿으면서도 이안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악몽을 못내 떨 쳐 낼 수가 없었다. 뒤에서 인혜를 부르며 쫓아오는 라이언과 스티븐의 목소리는 이미 그녀의 이성 밖이었다. 오로지 앞만 보며 내달리는 인혜의 눈동자는 이안의 모습만을 찾고 있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자신이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던 인혜는 제발 자신이 느끼는 이 불길한 기분이 모두 거짓이기를…….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이안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라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해안가로 달려 내려가는 인혜의 발걸음은 무섭게 불어 닥치는 해풍만큼이나 빨랐고 거침없었다. '“이안!”'인혜는 어떻게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달려오다 신발이 벗겨졌지만 그런 것조차 개의치 않았다. 정신없이 해안가로 뛰어 내려온 인혜는 멀리 바람결에 출렁이는 요트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격하게 불어오는 해풍 때문인지 많은 인파들로 붐비던 해안가엔 그날따라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인혜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멀리 떠 있는 요트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지만 인혜의 목소리가 그곳까지 들리기는 만무했다. 숨을 몰아쉬며 멀리 요트를 바라보며 소리치는 인혜의 뒤로 라이언과 스티븐이 달려왔다. 분명 해안가에서 들린 총성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멀리 바다 위 위태롭게 흔들리는 요트를 향해 있었다. 분명 총성이 들리긴 했지만 인혜는 그것이 이안을 향한 총성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해 해안가에 서서 발만 동동 굴렸다. '“라이언! 어서 요트를 띄어줘요!”'인혜가 라이언의 팔을 흔들며 소리 질렀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이안의 모습을 확인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자신의 품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이안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아른거려 인혜는 불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바람은 더욱더 거세졌지만 이안의 요트는 절벽 아래 부서지는 파도에 의해 출렁이기만 했다. 다급해진 인혜의 손길에 라이언이 인혜를 붙잡으며 그녀를 진정 시켰다.'“인혜 씨. 진정해요!”'“어서 요트를 띄워줘요!”'“일단 진정…….”'탕-! 연이어 터지는 총성에 인혜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모든 게 확실했다. 무언가를 겨냥하며 터지던 총성은 분명 이안의 요트위에서 비명을 질렀다. 카프리 바다를 울리는 총성과 함께 커다란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며 무언가가 풍덩 소리를 내며 바다에 빠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