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이야기''''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과 짐승, 나무할 것 없이 모두 더위에 지쳐 늘어져 있었다. 축 늘어진 나무 아래 조그만 그늘마다 사람들이 들이차 더위를 식혔다. 그나마 날이 습하지 않아 다행이지, 공기에 눅눅한 기운이 녹아 있다면 죄다 쓰러질 판이었다. 밤이 되자 그나마 숨을 돌이킬 수 있었다. 해가 없는 틈을 타 사람들은 밤거리를 거닐며 더위에 지친 마음과 몸을 추슬렀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호수는 밤마다 많은 이들로 북적북적했다. '대연의 황도 화안의 여름은 매년 이렇기에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며 더위에 익숙해져 갔다. '“계속 더위가 이어지고 있어. 이러다가 물이 말라버리겠어.”'작은 연못을 지나쳐온 바람이 정원의 더위를 식히려 안간힘을 썼지만 힘이 부치는지 달아나버렸다. 정자에 앉은 세 남자 중 청색의 옷을 입은 한 명이 연신 부채를 부치며 불평을 해댔다. 그에 비해 그의 앞에 있는 백색의 남자와 흑색의 남자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이 더위가 언제까지 갈까, 류?”'청색의 옷을 입은 남자가 묻자 백색의 옷을 입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도관에 가서 물어봐. 내가 신인가?”'“쳇, 그래도 류 자네가 날을 잘 맞추잖아. 언제까지 갈 거 같아? 휘, 자네도 궁금하지?”'관심 없다는 표정을 하며 검은 옷의 남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청색 옷의 남자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하기야 무공이 강하니 이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뭐, 저 아름다운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은 상상할 수도……. 아니지, 침실에서 그 짓 할 때도 땀 한 방울 안 흘릴지 궁금해지는데.”'고개를 주억거리는 남자를 보며 휘라 불린 자가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네 놈 소원대로 차갑게 얼려 죽여주지.”'“헉, 너무해, 휘. 자네와 나 사이에…….”'“충분히 죽일 수 있는 사이지. 안 그런가?”'검은 옷의 휘가 싸늘한 미소를 짓자 청색 옷의 남자가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과장되게 흑흑 거짓울음을 울었다.'“그 새 마음이 변했어. 못 믿을 게 사람 마음이라더니. 함께 평생을 하자 그리 약속을……. 으악! 하마터면 맞을 뻔 했잖아. 날 죽일 셈이야?”'휘가 던진 술잔이 청색 옷의 남자 귀밑머리를 살짝 지나 정원 바닥에 박혔다. '“아쉽군.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었는데.”'“휘, 너무해.”'“그 입 닥쳐!”'“말도 못 하게 해.”'“강제로 닥치게 해줄까?”'둘의 설전을 보고 있던 류가 나섰다.'“싸우려면 밖에 나가서 싸워.”'둘이 입을 다물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류가 말했다.'“이레는 갈 것이다.”'“그렇군. 고마워, 류.”'류가 명상을 하듯 눈을 반개했다. 그의 주위로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결코 어색하거나 다른 이를 배척하는 적막이 아니었다. 그 적막을 깬 것은 사람의 발소리였다. '“비휴 님, 제발 자중 좀 해주십시오.”'이곳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는 총관이며, 또한 유일한 하인이기도 한 청노였다. 비휴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