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만 주위의 시선에 힘들어하는 열성 오메가, 준 헤더. 데이트 상대에게 차인 우울한 밤, 충동적으로 찾게 된 바 ‘Golden boy’에서 최고의 알파 데릭 드웨버를 만나 충동적인 하룻밤을 보낸다.

수개월 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하룻밤의 상대 데릭을 다시 만나게 된 준은 제가 여전히 그에게 끌리고 있음을 인정하고, 처음 만남부터 준을 운명이라 여긴 데릭은 준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온다. 하나 의도치 않게 데릭에게 말하지 못한 게 많은 준은 데릭과의 행복을 꿈꾸기에는 불안한데……. 설상가상으로 데릭이 오메가들을 혐오하는 오메가 포비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준.

그리고 골든 보이로 각성한 준과, 준을 받아들인 데릭의 이어지는 이야기, ‘골든 보이 외전’!

2.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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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름 : 안리

게자리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으른 글쟁이

트위터 아이디 @noranbit

▣ 출간작

골든 보이

클라우드 나인(출간 예정)

3.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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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미리 보기

“내가 컴퍼니를 그만두면 어떨까요?”

준은 그만 충동적으로 데릭에게 묻고 말았다. 팝콘을 씹던 데릭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게 그렇게 충격적인 질문이었나? 준은 데릭의 반응이 놀라웠다.

“결심을 한 겁니까?”

데릭이 팝콘을 내려놓고 리모컨을 들어 올린 뒤 한참 재생 중인 영화를 정지시켰다.

“안 볼 거예요? 이제 슬슬 이야기가 시작하려는 참인데.”

영화는 바야흐로 캡틴 아메리카가 암살범으로 의심받는 오랜 친구 버키의 은신처를 찾아가는 내용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 뒤로 이어지는 액션 장면이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시빌워’는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어요. 지금은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중요해요.”

“아직 결정하진 않았어요. 그냥 데릭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요.”

“나야 당연히 환영입니다. Dice로 와요. 같이 일해보자고요.”

데릭이 성급하게 제안했다. 하지만 준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컴퍼니를 그만둔다고 해도 Dice에 입사할 생각은 없다. 다른 출발점을 생각해둔 건 있지만 Dice는 아니다.

“난 당신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왜요?”

“난 진취적이지도 않고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데 만족하는 사람이에요.”

자기 자신에 관해 설명하고 나니 정말 자신에게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딱인 거 같다.

준은 약간 힘이 빠졌다. 아니, 애초에 데릭처럼 화려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과 데릭의 삶은 너무 차이가 난다.

“우리 회사에도 당신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갈 필요가 없잖아요.”

“내가 당신이 필요한걸요.”

준은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이게 문제다.

“난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게 싫어요. 내가 당신 회사를 가면 그 점이 가장 걸릴 거예요.”

게다가 데릭 드웨버의 연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선정적인 가십지에서 트왝스 취급을 받는 것도 억울한데 Dice에 입사까지 할 수는 없다.

준이 강경하게 거부하자 데릭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난 Dice의 CEO인데 이런 문제 하나도 내 마음대로 처리 못 하는 신세군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죠.”

준은 히어로 영화사 상 가장 유명한 대사로 데릭을 위로했다. 데릭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런데 갑자기 컴퍼니를 그만두겠다는 겁니까?”

“그건…….”

“지금껏 내가 아무리 설득해도 넘어오지 않았던 사람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준은 데릭의 의문을 풀어줄 수 없었다. 만약 컴퍼니가 자신에게 요구한 것을 데릭에게 알린다면……. 그야말로 일대 폭풍이 일 것이다.

데릭이 작정한다면 스노든 이상으로 컴퍼니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준은 제발 그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혹시 나 때문에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겁니까?”

데릭이 꽤 예리한 질문을 던졌기에 준은 심장이 덜커덩 내려앉았다. 데릭은 빤히 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지금까지 너무 안일하게 살아온 거 같아서…….”

준은 얼떨결에 입을 열고 말았다.

“안일하다니?”

“지금까지 국가가 제공한 혜택에 너무 의지한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어서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나 혼자 내린 적이 없어요.”

“그래요?”

“컴퍼니에 입사한 것도 큰 고민 없이 내린 결정이었어요. 다른 사기업 쪽을 생각해본 적도 있긴 하지만 공무원이 안정적이고,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도 유리하고 하니까…….”

준은 버벅거렸다. 갑자기 데릭에게 핑계를 대려니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리가 없다. 그나마 요즘 느끼고 있는 감정을 주섬주섬 주워섬길 수 있어 다행이다.

덕분에 컴퍼니를 왜 관두고 싶어 하는지, 그 진짜 이유는 숨길 수 있었다.

“그러면 앞으로 국가를 의지하지 말고 날 의지해요.”

데릭이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꺼냈다. 농담인가 싶었지만, 데릭의 표정은 진지했다.

“국가가 당신에게 해준 것 정도는 나도 충분히 해줄 수 있습니다.”

“데릭, 오해한 모양인데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다른 지원을 받고 싶다는 게 아니라…….”

“알아요. 자립하고 싶다는 거겠죠. 지금껏 당신은 가족이나 컴퍼니에 너무 얽매인 삶을 보냈어요.”

정곡을 찔러오는 말에 준은 반박할 수 없었다.

“난 당신에게 부담을 주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다.”

“지금도 충분히 그러고 있어요.”

“준, 날 봐요.”

상황을 얼버무리려는 준에게 데릭이 강경하게 요청했다.

“나와 결혼해주지 않을래요?”

담담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청혼의 말.

데릭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준을 설득했다. 데릭은 답변을 재촉하지 않았지만 준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워졌다.

“나와 결혼해줘요, 준.”

어쩌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준은 머리가 휘청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