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은 자신이 핏덩이일 때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몰랐다. 어느 날 이란성 쌍둥이 오빠로만 알고 있던 세현이 남자가 되었다. 원하지 않는, 상처투성이일 뿐인 사랑이었다. 그러나 깊은 상처를 받은 그녀의 심장에 거짓말처럼, 지독한 사랑이 다시 찾아들었다.  “마음은 변할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시후를 사랑했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시후가 날 사랑했단 믿음도 변하지 않아. 내가 시후를 떠나서 괜찮았던 또 다른 이유이면서…… 다시 시후가 날 사랑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건 그 때문이야. 하지만 어쩐지…… 어쩐지 말야. 내가 보는 저 하늘을 시후도 보고 있을 것 같아.”  세현은 스스로 자신 외에 누구도 사랑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현빈이 친동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걷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또 하나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밖에는.  “경고하는데! 날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 대신 다른 누구도 사랑하지 마! 네가 다른 누군가를 마음에 품으면 그땐! 망설이지 않고 널 지옥에 떨어뜨리고…… 내가 가질 테니까!”  시후는 어릴 적 잠깐 만난 현빈을 동경하며, 언젠가 꼭 다시 만나리라는 결심으로 십여 년을 버텼다. 보육원에서 지내며 혼혈아라고, 고아라고 잡종 취급을 받아도 참아냈다. 자신의 주먹이 세다는 걸 알았지만 다시 만날 그녀에게 당당한 남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호텔에서 만났다.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 그녀……. 더 이상 십여 년 전의 천사 같던 그 아인 없는 걸까?   “조금만…… 덜 사랑할 걸 그랬어…….”  “너 없이 살고 싶지 않아…….”  “이대로……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난 몇 번이고 내 심장에 네 이름을 새길 거다…….”  “네가 올 수 없다면…… 내가 간다. 너에게로…… 내가 간다.”

4월 27일생. B형. 황소자리.  은혼비(물가에 비친 초승달)란 필명으로 활동 중. 좌우명은 ‘저 하늘처럼 강한 날개가 되어!’이다. 천둥번개에도 끄떡하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세상을 포용하는, 하늘의 강인함을 닮고 싶다.  출간작 : 나쁜짓, 뱌빗뱌빗, 아름다운 각인, 취하기 좋은 저녁, 한담 옆에 백고미, 그대가 왈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