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사랑해서 그랬다고 역겨운 말로 합리화 시킬 생각 마. 네가 날 사랑한다는 게 말이 돼? 대체 나의 뭘 보고 네가 날 사랑하는데? 네가 날 알아? 어릴 때 빼곤 만난 적도, 본 적도 하물며 얼굴 마주 보며 이야기조차 제대로 나눈 적이 없는데 그런데도 네가 날 알아? 모르지? 모르잖아? 모르면서 날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렇다면 결론은 나왔네. 얼굴이니? 그냥 이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
“모르겠어…….”
맥 풀린 그의 눈이 연소를 지그시 응시했다.
“아니면, 몸이야?”
“모르겠어…….”
혼란스런 그의 눈빛이 어둠 속에 쏟아지는 패연한 빗줄기처럼 마구 어지럽혀졌다. 출구 없는 눈 속에 갇힌 검은 구슬이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부딪혀 긁히고 파여 엉망이 되어 수많은 생채기로 금이 갔다.
“봐, 너도 모르잖아. 모르면서 왜 날 네게 죽은 꼭두각시처럼 붙여 두려 한 건데? 네 옆에서 바보같이 이래도 헤헤 저래도 헤헤거리니까 재밌었어? 우스웠어? 아님 뭐야, 더 가지고 놀아도 되겠다 그 생각했어?”
“…… 난……, 널…….”
“넌! 나의 기억만 파괴한 게 아니야. 나의 시간도, 나의 삶도, 나 자신마저도…… 잃어버리게 했어…….”
회승은 연소의 말을 듣다가 문득 바라본 연소의 몸이 기우뚱 살짝 흔들리는 것을 보곤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야멸스럽게 혈관을 당기며 튕긴 손바닥이 욱신거려와 연소가 갑작스레 몸을 움츠리며 왼손으론 상흔으로 오염된 오른 손바닥을 감싸 쥐며 붙잡고 다시금 비틀거리자 회승이 다가와 연소의 어깰 붙잡아 주며 그녀의 오른손으로 손을 뻗쳤다. 홱 그가 내민 손을 힘껏 뿌리치며 연소가 또박또박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너 같은 남자, 정말 재수 없어.”
해답 없던 어쭙잖은 시간이 수레와 같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시간은 난데없이 매듭을 풀고 튀어 나와 매우 급작스럽고도 빠르게 시간을 풀어냈다. 그 속도가 너무도 빨라 회승은 턱 끝까지 숨이 차올랐다.
숨을 쉬기가 힘들다. 숨이 막힌다. 곧 끊어질 것만 같다…….
숨은 끝에 가 걸리고 터질 것만 같은 압박 속에 문득 그는 그런 생각을 했다. 숨을 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숨을 쉬고 싶지 않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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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확장이 흥미로운 글의 숲지기이자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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