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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사실 주인공은 악녀였다 2권
도웅 지음도서출판 가하2022.03.22
| 판매정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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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가격 | : 3,000원 |
|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1.30 MByte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300-52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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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귀족은 귀족답게 품위를 지키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엘리시아 헬렌이 평생을 지켜온 방식이었다.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뭘 잘못한 걸까.
20년을 함께한 약혼자.
“파혼하자.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가 사랑한 여인.
“헬렌 영애, 그만 욕심부리고 우리 좀 놔주세요.”
그들이 쓴 이야기에서 자신은 악녀였다.
두 사람을 괴롭히다 결국 가문이 몰락하고 노예로 전락한 악독한 계집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준 한 남자.
“내게 와. 공작가를 네 발아래 무릎 꿇려줄 테니.”
그에게 맹세를 건네는 악녀.
“황제로, 만들어드릴게요. 제 복수를 도와주세요.”
소설의 첫 장이 펼쳐졌다.
이것은 악녀의 이야기다.
악녀, 엘리시아의 복수극이 시작되었다.
2. 작가 소개
도웅
로맨스를 쓰고 좋아하지만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삶을 사는 작가 도웅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글이라는 게 재밌습니다. 제가 꿈꾸던 것들을 여기선 실행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글 속 주인공은 저이기도 하고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제게 글은 일종의 해소지요.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주인공이 된 여러분을 상상하며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차례
#4
#5
#6
#7
4. 미리 보기
“이걸 먹어.”
침소에 엘리시아를 던지다시피 한 하녀가 그녀의 손에 약 한 사발을 들려주었다. 누가 봐도 수상한 것에 엘리시아는 고개를 돌려 거부했다.
“이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한 차례 매질이 더해졌다. 억지로 엘리시아의 입을 벌리고 약을 삼키게 하려는 우악스러운 손길 탓에 흰 드레스에 검은색 약물이 들었다.
“안 먹으면 네가 힘들 텐데.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겠어? 좋아서라도 해야지. 황태자 전하께도 네게도 좋은 시간이지 않겠냐?”
그 말을 들은 엘리시아는 더더욱 입을 열 수 없었다.
“먹지 않겠다. 치워라.”
입 앞으로 들이미는 약사발을 손으로 쳐서 날려버린 엘리시아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하녀를 노려보았다. 오묘한 보랏빛 눈동자가 형형해서, 하녀는 잠시 멈칫했다.
“네 마음대로 해라. 하여간 고집은.”
저도 모르게 주저해버린 데 자존심이라도 상했는지 하녀가 혀를 차며 방을 나섰다. 커다란 침실 안에 고요함이 찾아들었다. 엘리시아는 방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창문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뛰어내리면, 죽을까.”
그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아니지, 그렇게 자신이 죽어버리면 제 가문은, 어머니의 억울한 누명은 누가 풀겠는가. 하지만 엘리시아는 자신이 없었다. 진창에 구르더라도 목숨이 붙어 있는 게 낫다는 말을, 지금은 공감할 수 없었다.
“가는 길, 동료 하나 만들어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군.”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엔 없었다. 그래도 자신이 그 주역을 끌고 가니 덜 억울해하지 않을까. 제 원수일지도 모를 이에게 안길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전에 그를 제 손으로 죽일 테니.
“황태자 전하 드십니다.”
밖이 소란스러웠다. 엘리시아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애썼다. 누군가를 죽인다, 그런 각오를 해본 것이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긴장감으로 손이 떨렸다.
기회는 한 번뿐, 잘못하면 제가 먼저 죽을 것이다. 아무것도 못 한 채, 허망하게 죽어나갈 순 없다. 어쩌면 이 역겨운 자리는 하늘이 자신을 불쌍히 여겨 마지막으로 쥐여준 기회일지도 몰랐다.
“할 수 있어.”
죽더라도, 저 이의 목숨줄은 제 손으로 잡고 갈 것이다.
커다란 문이 열리고 앞섶을 풀어헤친 채 걸어 들어온 황태자가 엘리시아를 바라봤다.
“꽤 볼만한 광경이군. 영애가 내 침대 위에 앉아 있을 날이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부러 영애를 강조하며 제 자존감을 갉아 내리려 비꼬는 황태자였지만, 엘리시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 이제 영애가 아니군. 헬렌 가는 역사에서 사라져버렸으니. 이를 어쩐다, 그럼 뭐라 부르는 것이 좋지? 엘리시아, 엘리? 전에 엘리라고 불리던 것을 들었던 것 같은데. 한 침대를 쓰는 사이니 그리 다정하게 불러도 좋을 것 같군. 그렇지 엘리?”
황태자의 도발에도 엘리시아는 넘어가지 않았다. 긴장감에 잔뜩 굳어 눈빛만을 쏘아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든 황태자가 엘리시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이런 게 참 좋아. 진짜 싸구려들은 이 맛이 없단 말이지. 끝까지 꼿꼿하게 서 있다가 결국엔 함락되고야 마는 그 맛이 진짜거든. 난 그게 참 좋아. 영애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아.”
그의 손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제국의 황태자란 분이 취향이 상스럽기 그지없군요. 백성들이 무얼 보고 따를지 걱정입니다. 역시, 당신은 천하를 다스릴 그릇이 못 돼요.”
“할 말 못 할 말 못 가리는 건 여전하네? 근데 이젠 알아야지. 넌 뒤에 아무것도 없어. 예전엔 그 건방진 입을 놀려도 헬렌 가라는 집안이 버티고 있었겠지만 이젠 아니라고. 지금이라도 기어보면, 내 너그러이 봐주마. 내 침소의 여인을 내치지 않는 자비로움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건방진 건 그였다. 지금 제 손에 죽을 일밖에 안 남은 이의 혀가 길다고 생각했다.
“제 가문이 뭐가 그리 거슬렸습니까? 가문 하나 짓밟는다 하여 위태로운 황태자 자리가 공고해지는 것도 아닐 텐데.”
가는 길, 물어라도 보고 싶었다. 왜 자신의 집안인지,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자신의 가문을 친 주축이 황태자가 아닐까, 추측으로 한 질문이었지만 황태자는 숨기지 않고 별걸 다 묻는다는 얼굴로 엘리시아에게 답해주었다.
“네 가문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칠 자리에 네 가문이 들어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 점은 유감이군. 마침 좋은 조건들이 형성되었었지. 내 손을 잡아줄 이들 말이야. 네 어미가 황후 자리에 올라오고 네가 공작의 아들과 혼인을 하게 된다면, 네 말대로 내 황태자 자리가 위태롭지 않겠느냐. 즉위 후에도 힘들어질 것은 뻔한 결과인데 말이야. 내 외가 쪽의 힘도 잃은 마당에 더한 세력을 만들면 안 되지.”
허망했다. 고작 그런 이유였다니. 고작, 그따위 이유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한 가문을 모두 짓밟았다니.
“죽일 필요까진 없었지 않습니까.”
“위험의 싹은 남겨두는 것이 아니다. 너 하나 살려둔 것도 굉장한 자비지. 네가 남자였더라면 진즉에 처형대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을. 다행으로 알고 내 너른 마음에 감사하는 것이 좋겠군.”
엘리시아의 몸이 분노로 떨렸다. 하지만 황태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검 한번 들어보지 못한 영애가 할 줄 아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이런 이유들을 순순히 말해준 것도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이 밤이 지나면 살려 보내주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제 어머니도…… 황태자 전하께서 하신 일입니까?”
여유롭게 술잔에 술을 따르던 시노반의 등이 웃음으로 흔들렸다.
“네 적이 나 하나뿐이라고, 누가 그러지? 그런 대책 없는 믿음이 네 처지를 이리 만든 것이다. 엘리, 생각보다 네 가문을 향한 칼끝은 많아. 그런 것을 생각하며 살았어야지.”
황태자가 고개를 숙이고 엘리시아의 턱 끝을 잡아올렸다.
“이것 놓으십……!”
술을 한 모금 머금은 그가 우악스럽게 엘리시아의 입을 벌리곤 입에 머금은 것을 넘겨주었다.
“첫날밤에 술이 빠질 수야 있나.”
혀를 깨물리고야 입술을 뗀 그가 제 입가를 닦으며 웃었다.
“더러운 새끼…….”
“역시 화끈하군. 재밌어. 쉽지 않은 것을 깔아뭉갰을 때만큼의 희열은 그 어느 것도 따라가지 못하거든.”
엘리시아가 뺨을 올려붙이기 위해 손을 들자 그걸 낚아챈 황태자가 비열하게 웃었다.
“하지만 엘리시아, 내 인내심은 길지 않아. 여기서 살아 나가고 싶으면 그만 고분고분하게 구는 것이 좋을 거야. 아, 차라리 죽이라 했지. 그럼 말을 바꿀게. 팔다리가 잘려서 내 침대 위에서 신음만 흘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조용히 안기기나 해. 난 그런 쪽에도 꽤 취미가 있거든.”
“개새끼.”
시노반이 그녀의 얼굴을 톡톡, 쳤다.
“그래, 난 개새끼. 하지만 넌 개새끼 밑에 깔릴 년이지. 어디 이 얼굴 밑은 어떤 낯빛인지 볼까.”
그가 엘리시아의 어깨에 둘려 있는 천을 끌어내렸다. 순식간에 속옷 한 장 걸친 몸이 되어버린 엘리시아가 발광하며 거부했다.
“이거 놔!!”
그러나 시노반은 그녀를 손쉽게 제압하며 그녀 위로 올라탔다.
“그러게, 내가 내린 약을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너 좋고, 나 좋고. 우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처럼, 좋은 밤을 보낼 수 있었잖아? 뭐, 하지만 안 먹어도 괜찮아. 오늘 밤이 지나면 내 맛에 못 헤어나올 테니까. 다른 년들처럼 말이야. 아, 내가 만족한다는 전제하에. 살려줄지 말지는 오늘 한번 보자고.”
엘리시아가 발버둥 쳤지만 그의 무게를 이길 순 없었다. 그는 비열하게 웃으며 엘리시아의 몸 여기저기를 탐했다.
빠악!
“아악! 이년이!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엘리시아의 위에 엎어져 있던 그가 제 고간을 잡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엘리시아가 무릎을 굽혀 그의 고간을 걷어찬 것이다. 모든 힘을 다해 힘껏 차올렸으니 아마 앞으로 그 구실조차 못할 수도 있다.
“더러운 새끼야. 꺼져. 진짜. 넌 오늘이 네 생의 마지막 날이야. 내 손에 죽는 걸 영광으로 알려무나. 가는 길 외롭지 않게 동료는 되어줄 테니.”
그가 바닥을 기고 있는 사이, 제 머리에 꽂힌 핀 중 한 개를 꺼내 그의 목을 찌르려던 순간이었다.
쿠당탕탕!
문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황태자의 고성을 들은 이들이 몰려오는 소릴까. 그런들 엘리시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테니까.
“엘리시아!”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닫힌 방문을 부수고 나타났다. 그리고, 제 이름을 불렀다. 꿈에도 그리던, 삶의 끝자락까지 놓을 수 없던 그 목소리였다.
“저……하……?”
그가,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