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하고도 7개월. 가슴에 묻어두었던 김서하의 남편 한재우를 끄집어낼 때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아니,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끄집어낸다는 표현 자체가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도’라는 단어를 부여하고 싶진 않았다.
‘여전히’라는 미련 역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아주 작은 감정 한 자락, 그게 문제였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열 개가 넘던 냄비가 하나로 줄었을 때였다. 서하가 장난기 가득하던 재우의 목소리가 진지하게 흐르고 있다는 걸 인지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벌어졌다.

“우리가 아무런 일 없이, 누구의 방해도 없이 구청에서의 일 이후로 두 손 맞잡고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네가 해주는 식사로 난 배를 채우고, 네가 세탁해준 옷을 입고, 네가 청소해 놓은 바닥에서 몸을 굴렸을 테지? 그랬다면…… 행복했을까?”

심장이 발치로 내동댕이쳐졌다. 서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어깨를 굳혔다. 욱신거리는 가슴께로 손을 올리지 않은 게 다행스러울 정도로 명치에선 따가운 통증이 일었다.

“졸리다. 그만 가.”

서하가 마지막으로 헹굴 냄비의 손잡이를 꽉 쥐고 떨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는 주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거실을 가로질러 화실로 향하는 그의 등을 멀겋게 응시하다 서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설거지하던 물기가 눈으로 튄 모양이었다. 앞이 흐릿했다.

김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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