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전부인이 되겠습니다 4권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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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0-4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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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미녀와 밤의 야수’.

제목부터가 19금스러운 소설에 빙의했다.

안타깝게도 야수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첫 번째 부인의 동생 벨라로.

뭐지, 이 애매한 포지션?

안 돼! 절대 안 돼!

이대로라면, 큰언니가 바람이 나면서 내 인생도 끝장이 난다.

결국 언니 대신 그의 신부로 자진해서 팔려가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내 목표는 무사히 야수의 전부인이 되는 것!

훗날 황궁 재건축 부지로 떠오르는 황폐한 땅을 위자료로 받아

미모와 부를 갖춘 제국 최고의 이혼녀가 되려고 했건만,

어째 이 야수님이 만만치가 않다.

“부인은 내가 왜 순순히 이혼을 해줄 거라 생각하십니까.”

“네? 그야 당연히,”

“……내 부인께서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대공은 빙긋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저 가면 속 얼굴이 흉포한 야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퇴폐적이고 매력적인 미소였다.

“난 야수야. 머저리가 아니라.”

……라고 말하면 내가 포기할 줄 알았니?

지금 새빠지게 땅 가꾸고 동생 키우고 이제 좀 호강 루트 타보려니까 이혼을 못 해준다고?

저기요. 야수님.

나 흙수저 신화 벨라야! 사람 잘못 보셨다고요!

2. 작가 소개

아페르타

▣ 출간작

폭군의 누나로 산다는 것은

3. 차례

#12-2. 벨라

#13. 데이트

#14. 천륜?

#15. 황궁으로

#16. 플랜 B

4. 미리 보기

안녕, 오랜만에 보네요.

거울 속 내 모습에 아직도 적응을 못 해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었다. 키어스에게 고백을 하려 준비했던 밤에도 똑같은 차림으로 거울 앞에 선 적이 있었으니까.

‘대체 일이 왜 이렇게 된 거야.’

그에게 손을 잡힌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때부턴 모든 것이 가물가물했다. 텅 빈 대공성 안으로 들어오니 벌써 몸이 번쩍 들렸고 눈을 뜨니 계단을 올라 이 방 안에 있었다.

「저는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부인께선 ‘달리 하실 일’이 있을지도 모를 테니까요.」

갈아입어. 갈아입으라고.

말은 배려였지만 그가 뿜어내는 무언의 강력한 요구를 차마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며칠 전과 똑같은 내 모습을 바라보는 지금에 이르렀다.

“…….”

다른 점이라면 그때에는 조금 겁이 난 것처럼 상기되어 있었지만 지금의 내겐 생기가 돌았다. 붉게 물든 뺨조차 장밋빛처럼 은은한지라 혹여 물이 들까 손을 대보았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전하.”

잠시 그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잊었다.

뺨에서 손을 떼고 허겁지겁 가운을 묶는 동시에 문이 열렸다. 키어스 또한 며칠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에 부끄러운 와중에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당신.”

그날 계단에서 보았던 고뇌의 모습 대신 열기가 가득했다. 스스럼없이 그대로 다가선 키어스는 방금 전까지 내 손이 닿아 있던 뺨을 매만졌다.

그 열기에 화들짝 놀란 나는 애써 웃으며 밀어내듯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너, 너무 서두르시는 거 같아요.”

“아니. 그런 적 없습니다.”

바스락, 그의 윗옷이 그대로 벗겨져 나갔다. 입에 침이나 바르시고 거짓말을 하시든가.

예상은 했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의 앞에 섰을 뿐인데도 멀미가 나는 양 머리가 핑글거렸다.

“저, 전하.”

말려지지 않는다 해도 말리는 척이라도 해봐야 했다. 하지만 다급히 입술을 내린 키어스는 이미 안팎으로 날 휘감았다.

“……벨라.”

음미하듯 내뱉는 내 이름조차 오늘따라 아찔했다.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보았던 바로 그 눈빛이 나를 꿰뚫어 다시 덜컹대는 마차 위에 오른 듯했다.

‘왜 이러실까.’

이 남자 급한 사정이야 어디 잘 안다 뿐이겠냐마는 목에서 울리는 숨소리가 심상치가 않았다. 여차할 새도 없이 눈을 뜨니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으읏.”

저기요. 뭔가, 우리 굉장히 다른 노선을 걷는 거 같은데.

키어스는 혼란스러울 틈조차 주지 않고 겹친 입술을 빨아들였다.

혀가 녹아들 것처럼 얽혔다. 입안 깊이 헤집고 파묻어대는 통에 정확히 무엇이 달라졌는지 구분할 수도 없다. 그저 리덴 시가지에서 돌아오는 마차에서부터 무언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 정도만 확신했다.

……어쩌지. 난 아직 우아한 대공비 계속 하고 싶은데.

내 손으로 전투복까지 갈아입고서 할 생각은 아니지만, 아쉽기 그지없었다.

첫 데이트를 하는 날이니만큼 두 번째 밤 역시 대공비로서 품격을 지키는 밤이 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를 했었더랬다.

“으으응.”

하지만 귓불을 질근거리는 키어스의 입술부터가 본능적이었다. 진짜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약팔이에게 영업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왜, 왜 이러세요? 일단 말로 좀…… 그리고 저는 이런 것보단…….”

“벨라, 아름다운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키어스.”

“취향까지 나와 같았다니.”

믿을 수가 없군.

양팔에 날 가둔 채 내려다보는 그의 은빛 눈동자가 또 한 번 색이 달라졌다.

봉인 해제랄까, 가면을 벗은 것도 아닌데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취향이라뇨. 설명을 해주셔야…….”

“……감출 필요 없습니다. 나야 늘 환영이니.”

“……네?”

진짜 뭐라는 거야.

진득하게 쇄골 아래를 머금는 그를 혼신의 힘으로 밀어냈다. 먹잇감을 빼앗긴 듯 으르렁대던 키어스는 내 눈을 바라보다 말고 피식대며 눈가를 접었다.

벗은 몸으로 웃는 모습이 어딘가 오싹했다.

“당신이 그것들, 아니, 쌍둥이를 각별히 아끼는 이유가 있다 했지.”

“……아끼다뇨. 저 걔네들이랑 정말 안 맞아요. 아니, 안 맞는 정도가 아니라…….”

“괜찮아, 벨라.”

무작정 달려드는 것도 버거웠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불길했다. 이윽고 그가 침대 아래로 내려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오자 나도 부스스 몸을 반쯤 일으켰다.

“이건 갑자기 왜…….”

“……당신 거라길래.”

키어스가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턱짓으로 열어보라 명했다.

오만한 움직임이었지만 어쩐지 발끈하거나 거부할 기력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호기심이 많은 나로서는 이게 뭐냐 실랑이를 하는 대신 내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빨랐다.

“이게 뭐기에 그러시는 건지…… 으응?”

수상쩍게 부스럭대는 종이봉투를 열기도 전부터 손가락이 먼저 부들부들 떨렸다.

봉투에 서명되어 있는 서점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이제야 그가 보여주는 모든 노골적인 본능의 향연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짐작되어 앞이 핑 돌았다.

어어,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나올 만한 건 비명뿐이었다.

“꺄아악!”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장난기 하나 없는 그의 은빛 눈이 어둠 속에서 흔들렸다.

“……말했잖아. 난 좋다고.”

키어스가 내 머리맡에 떨어진 책 한 권을 주워 들었다. 스르륵 넘겨보는 그의 손가락 새로 붉은 표지가 일렁였다. 몹시도 적나라한 제목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읽다 말고 뒤늦게 그의 손에서 책을 뺏어냈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이 야수께서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맛본…… 음, 나도 여기까진 생각을 안 해봤었는데 당신이 좋다면…….”

“미치셨어요!”

마치 동화책을 읽는 듯한 신중한 음성에 내 속이 먼저 뒤집혔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에게서 뺏어야 했다.

“오해세요, 오해라구요!”

“벨라.”

“아니에요! 저 이런 거 취향 아니에요! 안 좋아한다구요!”

다소 거짓말이 섞이긴 했지만 곧이곧대로 당할 수는 없다. 격렬한 항의의 몸짓에 벌어진 가운을 한 손으로 여며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래, 그렇다고 칩시다.”

탁. 조금 전 소설 구절처럼 다리에서부터 타고 들어온 키어스의 손이 가운 속 맨살을 지나 안에서부터 내 손을 털어냈다.

미치겠네, 진짜.

노린 건 아니었지만 도리질을 칠 때마다 머리칼이 산산이 흩어졌다.

“흐으읏, 이건 그런 게 아니라구요오.”

“……그럼 로즈처럼 동화책으로 치든가.”

“동화는 무슨. 으응.”

“그런데 그거 알아?”

봉인이 해제된 만큼 귀는 닫혀버렸다. 이제는 로즈가 한 무더기로 문을 두드려댄대도 완전한 남자로 돌변한 그를 막을 수가 없다.

있으나 마나 한 속옷을 가차 없이 벗겨낸 그가 열에 들뜬 입술을 가져다 댔다.

“원래 동화는 키스로 끝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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