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자책으로 출간된 [우리 다시 시작해]의 종이책 출간본입니다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강렬하면서도 진중한 빛을 발하는 깊은 눈매와 마주치자
그 눈동자를 볼 때마다 느꼈던 행복감이 되살아났고,
날카롭고 곧은 남자의 코를 보자
멋진 콧날이라고 감탄해 마지않던 기억이 불시에 툭 하고 튀어나왔다.
몇 번 닿아보지 못했던 그의 입술이 미소를 짓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따라 미소 지었다.


-본문 중에서-


“뭐 만들어요?”
문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추슬렀다. 누워있는 동안, 물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놓았던지 머리카락이 촉촉이 젖어 얼굴에 바짝 붙어 있었다.
“음, 타락죽.”
“뭐? 타락 중?”
작고 길쭉한 나무 수저를 손에 든 채, 우현이 웃었다.
“하하, 아니. 예전에 임금님만 먹었다던 우유로 만든 죽. 그거 알아? 예전엔 임금님이 조식으로 타락죽을 드셨는데, 성은을 입은 궁녀는 임금님이 남긴 타락죽을 먹을 수 있었대. 성은보다 더한 맛이라기에 한번 해 보는 거야. 방법은 쉬운데, 우유가 뭉치지 않게 해야 해서, 내내 지켜서야 해. 약 달이는 정성 못지않아. 거의 다 됐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약 달이는 정성 못지않은 정성을 들이느라 그는 쉬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풀떡풀떡 끓어오른 죽이 여기저기서 기포를 터뜨리자, 우현은 불을 잔뜩 줄였다.
“저 주려고요?”
“그럼 너 말고, 여기에 누가 또 있어?”
“하하, 성은이 망극하군요. 아참, 집에 전화해야 하는데.”
문주는 그제야 걱정이 되어 부리나케 전화기를 찾았다. 죽을 쑤는 그의 모습을 감상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민쓰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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