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날 모른 척할 거지?”

“절 아시나요?”

“무슨 연기를 하자는 거지?”

너무도 사랑했던 연인 김가현과 윤승새.

그들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거까지 감행했다.

어느 날 승새의 모친과 동생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다정하기만 했던 승새는 가현에게 냉정하게 돌아서 버리고

그녀의 집안까지 통째로 망가트려 버린다.

서로에게 이방인이 된 지 5년 후, 우연히 만나게 된 가현과 승새.

승새는 무슨 이유로 가현을 버려야만 했을까?

승새와 가현의 재회로 의문만 남았던 지난 일들이 하나 씩 풀려 가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형은 가현이에게 아무 감정도 없어?”

“무슨 감정?”

절제된 음성에서 본연의 모습을 본 듯, 승철의 안색이 보이지 않게 창백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지 않아서인지 조금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승철은 애써 태연함을 가장한 채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에 말이야…… 결혼을 하게 되면…….”

“조승철! 말이 지나치구나. 난 관심도 없다는 여자애 얘기를 왜 내게 하는 거야? 네가 좋아하는 것 아니야?”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이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다음에 듣게 될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좋아해. 하지만 가현이는 형을 사랑한대. 그래서 꼭 형하고 결혼하겠다고 나한테 이 얘기를 전해 달라고 했어. 싫은데…… 정말 이런 역할 하는 것 너무 싫은데, 형도 잘 알잖아. 가현이 부탁이라면 내가 거절하지 못하는 것…….”

울먹이며 말하는 것에 어이도 없었지만, 가현의 고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 뭐라 설득을 해야 하는데 너무 급작스런 얘기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기조차 했다. 설득하기 위해 말문을 열었지만, 채 두 마디도 하기 전에 승철이 말문을 막아 버렸다.

“가현이 형을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적극 밀어 준다고 했어.”

“네 감정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질문을 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의아스러웠다.

“내 감정보다 가현이의 감정의 우선이야.”

갑자기 심장에서 뭔가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 당시 승철에게 가현이 가장 큰 우주였을 텐데,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승철을 바라보며 두 눈만 깜빡거렸다.

“그렇게 감동할 필요 없어. 형이 내색은 않지만 가현이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 내가 알고 있어.”

“그…… 그게?”

지금 생각해보면 승철이 사랑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자신을 원망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기가 막힌 것은 승철이 그 얘기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때까지 담담하게 정리하려던 마음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고, 가현이라는 여자 아이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프로필]

서미선

그다지 할 얘기가 별로 없음.

사람을 좋아해서 집에서 수다 떨면서 노는 것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놀 생각만 함.

- 출간작

〈후견인〉, 〈루비레드〉, 〈잔인한 사랑〉, 〈가면〉, 〈카인과 아벨〉, 〈부부〉, 〈지독한 거짓말〉, 〈피의 베일〉, 〈넌 내게 지옥이었어〉, 〈되찾은 약혼녀〉, 〈아내〉, 〈레드 러브〉, 〈백설화〉, 〈도령〉, 〈홍분지기〉 외 다수

[목차]

프롤로그

일장~십이장

에필로그